“열심히 연구함으로써 결과의 좋고,

나쁨을 알리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

 

 

대학병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연구가 바쁜 개원가에서도 꽃을 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의미있는 데이터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질 좋은 진료를 제공하려 힘쓰는 류익희 원장이 있는데요. 그가 진료에 쫒기는 와중에서도 연구에 열의를 다하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에 집중하는 류익희 원장

 

 

 

"언제부터 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하셨나요?"


"병원 특성상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과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6~7개의 분과가 있습니다. 그중에 시력교정수술 분야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시력교정수술을 하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뭅니다. 따라서 현재 시력교정수술은 개원가가 주도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앞으로도 주도해나가려면 진화와 발전은 필수입니다. 우리 같은 의료기관은 규모가 큰 편으로 연간 1만 2천건 정도의 수술을 하는데요. 이렇게 쌓아놓은 빅데이터들을 사장시키기보다는 분석하고 연구해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력교정수술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서인가요?"


"결국 수술 사례가 많은 의료기관이 주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같은 의료기관은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의학발전을 위한 임상경험과 정보를 사회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도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적이며 역할입니다. 무엇보다 굴절교정수술처럼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수술이 없습니다. 손 놓고 있으면 바로 뒤처지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새로운 수술법 등이 나오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도입하고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결과의 좋고, 나쁨을 알리는 역할이 우리 안과의 포지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스마일라식 안전성 연구’가

미국굴절교정학회지 JRS에 등재되었는데요.
스마일라식은 어떤 수술인가요?"


"기존 라식, 라섹은 액시머레이저를 이용해 각막을 태워 원하는 도수만큼 깎아내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스마일라식은 펨토초레이저로 각막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투과한 다음 각막을 분리해서 필요한 만큼을 교정합니다. 라식, 라섹처럼 각막을 깎는 것이 아니라 각막을 분리해서 얇게 만드는 수술이지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수술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일반외과 선생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존의 라식, 라섹이 개복 수술이라면 스마일라식은 복강경 수술입니다. 또한 스마일라식은 라식과 라섹의 장점만 취합·적용한 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에게 스마일라식의 인지도는 어떤 편인가요?"


"예전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상태이지만, 확장성이 떨어집니다. 이유는 한 회사에서 만드는 한 장비만으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라식을 할 수 있는 레이저는 여러 회사에서 다양하게 나옵니다. 취향이나 특성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스마일라식을 할 수 있는 레이저는 딱 하나입니다. 더군다나 상당히 고가이지요. 구입가능한 여력이 되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 20~30곳만 레이저가 설치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굴절교정수술 시대에 스마일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처음부터 안과 의사를 꿈꾸셨나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턴을 하면서 생각했지요. 나만의 고유한 전문성을 더 인정받고 싶다고. ‘그게 뭘까?’ 고민하다가 소아안과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레지던트, 석사 과정에서 소아안과를 전공했습니다.

 

 

"소아안과와 시력교정술 분야는 차이가 있지 않나요?"


"석사 과정 시절 소아안과를 전공하며 논문을 썼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생기는 사시, 그 원인이 되는 눈 속 조절력과 렌즈삽입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내용이었지요. 당시 논문을 쓰며 굴절수술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끝까지 소아안과를 못하게 되었고, 결국 굴절교정수술을 업으로,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소아안과를 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안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부친의 백내장 수술을 직접 했다면서요?"


"처음에는 다른 원장님께 아버지를 부탁하려고 했습니다. 고민하다가 그래도 내가 하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선배님들이 말리더라고요. VIP 신드롬이라고, 분명히 긴장해서 실수할 수 있다고…. 결국 내가 직접 아버지를 수술했습니다.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가족이 아닌 그냥 환자일 뿐’이라고 마인드컨트롤했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아버지도 지금까지 만족해하십니다. 나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의사의 삶을 살면서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 있나요?"


"모든 환자가 다 보람있었지만, 두 분이 떠오릅니다. 한 분은 작년에 교회 목사님 부탁으로 만났는데요. 판자촌에 거주하시는 독거노인이셨는데, 교통비가 없어 양재동에 위치한 교회까지 2시간을 걸어 새벽예배를 나오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 어르신께서 봉사단체를 통해 검진을 받으셨는데 백내장으로 인해 한쪽 눈이 거의 실명 단계라고 하더라고요. 목사님께서 돈 받지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수술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을 수술해드렸고, 다행히 시력이 좋아지셔서 열심히 교회에 나오고 계십니다.

 

그리고 공보의 할 때 만난 6.25 전쟁 참전용사로 보훈대상자였던 어르신이 기억납니다. 그분은 한쪽 눈을 전쟁 때 잃으셔서 나머지 한쪽 눈으로 남은 삶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자신의 나머지 한 쪽 눈을 수술해달라고 하셨는데요. 당시 안과 전문의가 된지 얼마안 된 공보의라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수술이라는 건 늘 잘 될 수가 없는 법인데, 만약 잘못되면 그 분은 아예 앞을 못보시게 되니까 말이지요. 결국 수술을 했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사회봉사활동은 현재 우리 안과의 하나의 사업이자 목표입니다. 최근에도 비앤빛의 이인식 원장과 강은민 원장과 직원 두 분이 라오스에 가서 일주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우리가 필요하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갈 생각입니다.

 

 

"사회봉사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독서클럽이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신청자끼리 모여 인문학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저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좋았습니다. 독서클럽을 통해 서로 간 생각의 문턱을 낮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담임반 제도가 있는데, 원장님 10명이 각각 소속인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 맥주도 마시고 야구도 보러갑니다. 소속인원들은 전부 다른 부서의 직원들입니다. 덕분에 다른 부서끼리 친밀감이 생기고 서로 힘든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화목한 분위기는 곧 환자들도 느낄 것 같습니다."


"직원이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환자도 느껴지지요. 분명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환자를 가까이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이나 생각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끌어올릴지 늘 고민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굴절교정수술을 이끄는 단일기관으로서 향후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가 고민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은 라식 시장을 주도하는 입장이라, 이 시장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장비에 투자하면서 고객의 만족을 창출하려면 그만큼 선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 왜곡되지 않게 지탱해주는 것, 환자들에게 돈만 많이 받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장비에 투자해서 환자들이 더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 시장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다고 봅니다. 이게 앞으로의 계획이고 나아갈 방향입니다."

 

 

"또 추구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이 인터뷰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한 활발한 연구입니다. 거의 빅데이터화된 것들을 잘 분석해 한국인에게 잘 맞는, 또는 특정한 그룹에 맞는 정확한 시술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에게 쉽게 적용해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그동안은 천편일률적으로 젊은 환자들의 시력교정수술에만 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력교정술을 받지 못하는 유아․청소년 환자나 이제는 주류가 되어버린 노년층 환자까지 토탈로 케어하는, 전 가족을 돌보는 안과가 되길 바랍니다. 이를테면 한 가족의 아이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개인으로 보면 어릴 때 이 안과를 방문해 관리받은 아이가 청년이 되어 시력교정수술을 받고, 노인이 되어 녹내장, 황반변성 질환 관리를 받다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 한 가족, 한 개인의 일생을 책임질 수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남은 숙제입니다."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한 마디가 있으신가요?"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훈 ‘류수부쟁선’입니다. 흐를 류(流), 물 수(水), 아닐 부(不), 다툴 쟁(爭), 먼저 선(先), 즉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내가 뭘 잘해서 앞서나간다고 해도 결국 큰 흐름 안에서의 미묘한 차이일 뿐입니다. 개인적인 욕심 내지말고 모든 일을 순리에 맡기는 게 바른 길 아닐까요?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순리에 나를 맡기고 내 자신을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서울 의사> 9월호 인터뷰 中에서